추사의 세한도에서 중요한 사실은 공간에 대한 개념이다. 추사는 장법이란 일반적인 용어로 매우 중요시하였는데 이에 대한 연구자료나 해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추사의 실제 작품에서 보면 장법으로 이해한 공간의 개념을 매우 섬세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공간을 많이 둔 반면에 발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정상적이리만큼 공간을 조밀하게 처리하였다. 그림에서 그 텅빈 공간이 그냥 빈 곳이 아니라 황솔(荒率)함이 가득 차게 되었다. 이런 효과의 원인은 그림의 소슬한 필묵도 있지만, 사실은 더 큰 원인이 발문을 조밀하게 처리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무와 집을 두그루씩 붙여 그린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황솔함의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하여 추사가 무슨 고민을 했는지, 평소 공간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여실히 들어나는 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공간의 시각적 효과를 이용하는 것 이었다. 조밀함을 통하여 빔을 더욱 비게 만든다는 것의 기본은 布白의 원리, 疎疎密密이다. 성글 때는 더 성글게하고 조밀할 때는 더 조밀하게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하였으나, 여기에 추사 개인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논리적으로 확대 전이한 뭔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