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中鋒), 측봉(側鋒), 편봉(偏鋒)
'중봉(中鋒)'은 정봉(正鋒)이라고도 한다. 중봉이란 행필(行筆)에 있어 필봉(筆鋒)이 획의 정중간을 점하고 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붓이 종이에 닿았을 때, 만호(萬毫)가 가지런히 펴진 다음 획이 가는 길의 정중간에서 필봉이 가도록 하는 것이 중봉(中鋒) 용필(用筆)이다.
중봉용필을 '중봉직하(中鋒直下)'라고도 칭한다. 모필(毛筆)은 동물의 털을 재료로 해서 원추체(圓錐體)로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펴질 수 있고 모아질 수 있으며, 먹은 필첨(筆尖)을 따라 아래로 흐르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중필용필은 상하좌우로 고르게 스며, 퍼지고 호(毫)의 사면팔방이 모두 종이에 닿게 되어 원주형(圓柱形)의 필획을 이룬다.
전(篆)·예(隸)·해(楷)·행(行)·초(草)의 각 체의 서법은 모두 중봉을 위주로 하여 운용하게 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전서(篆書)는 오직 중봉으로만 쓰는 것이 기본이어서, 이 주옹 용필은 바로 서법의 전통적 필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봅 운용을 하면 자연 '만호제착(萬毫齊着)'도 되는 것이니 정확한 집필과 운완으로 모름지기 부단한 연습이 또한 요구된다.
이에 반해 '측봉(側鋒)'은 측(側)으로 "세(勢)"를 취한다는 뜻이다. 영자팔법(永字八法)에 "점(點)"법은 "측(側)"법이 일컬었음에 비추어 '측봉(側鋒)'은 곧 점법(點法)으로 기필(起筆)하는 것이니 '중봉(中鋒)'이 장봉원필(藏鋒圓筆)이라면 '측봉(側鋒)'은 노봉방필(露鋒方筆)이다.
'측봉(側鋒)'은 점을 이룰 때 필봉이 편측(偏側)의 상태를 형성하나 운필할 때는 필호의 탄성과 수완(手腕)의 동작으로 말미암아 붓을 세우면 편측(偏側)되었던 필봉이 획의 중앙으로 거두어 들어가게 마련이라 필모(筆毛)는 종이 위에 퍼지게(평포,平鋪) 된다.
역세(逆勢)로 점을 이루는 목적은 호를 펴기(鋪毫) 위하여서이다. 그리하여 측봉을 필봉이 편(偏)으로부터 굴려서 획의 중앙으로 향하게 하는 과정이다.
'편봉(偏鋒)'은 필호가 종이 위에 드러누워 일어설 수 없다면 '측봉(側鋒)'은 드러우웠다가 일어설 수 있는 것이 다르다. 그리하여 측봉은 운필할 때 편봉의 성분을 띄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붓이 서서가지만, 편봉은 누워서 꼼짝 못하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편봉'은 점획의 한곁으로 필봉이 기울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옆으로 획을 그을 때 필봉이 상단이나 하단으로 치우쳐 가거나 아래로 그을 경우 왼쪽으로 치우쳐 그어졌다면 이것은 글씨를 쓴 것이 아니라 먹을 바른 것이 되겠다. 그리고 수필에 봉회(鋒回)는 물론 되지 아니하려니와 호가 드러누은 그대로 들리고 만다.
편봉은 '병필(病筆)'과 '패필(敗筆)'의 가장 큰 원인이된다. '병필'과 '패필'이란 점과 획 상의 병폐를 말하는 것으로, 초학자 뿐 아니라 상당히 조예가 있는 서가에게도 항상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서가에 있을 때 병폐는 더욱 면하기 어렵다.
'병필'을 시정 내지 방지하려면 글씨를 쓰기에 앞서 반드시 임하고자 하는 비첩(碑帖)의 필법을 정확하게 검토하여 파악하고 신중을 기할 일이다.
첫째 붓이 종이에 닿자마자 생각도 없이 점획을 써서는 안된다. 신중히 붓을 내리되, 낙필(落筆)한 다음에는 잠깐 쉬는 듯이 마음을 가라앉혀서 행필(行筆)해야 한다.
둘째, 한 획을 쓸 때마다 필력을 다해서 움직여야 한다. 가령 삐칠 경우라면 힘을 들인다고 해서 필봉을 누르자마자 그대로 내리 삐치거나 하면 안된다. 너무 빨리 사납게 하면 필관이 옆으로 누워 내려오게 되는 나머지, 삐친 획의 하반이 끊겨지고, 갑자기 가늘게 변해서 삐친 끝이 길게 노출된다. 이 현상을 '허첨(虛尖)'이라고 한다. '병필'이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전신 정력으로 운용하지 않은 탓이니, 가로와 세로 획에 있어 바른 획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할 것도 없이 바른 획은 손바닥을 세워(虛掌) 필관의 수직을 유지하고 중봉을 하는 데 있다.
셋째, 하필(下筆)에 '역입(逆入)'하고, 행필(行筆)에는 '평출(平出)'하여야 한다. '역입(逆入)'이란 오른쪽으로 행필(行筆)할 때에는 일단 왼쪽을 향해서 행필(行筆)한 다음에 절봉(折鋒)해서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평출'은 행필할 때 필호가 펴지게 되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호가 평포가 되어야만 필호가 낱낱이 털이 세워져서 '만호제착(력)[萬毫齊着(力)]'이 되어 중봉용필하는 것이 된다. 이상 용필(用筆)의 주요방법에 대해 설명하거니와, 모든 방법을 체득한 다음, 기본연습으로서 방필과 원필을 막론하고 일점 일획에 적어도 3차의 전절(轉折)이 되어야 한다.
황소중(黃小仲)이 "唐 이전의 書는 모두 艮으로부터 시작하여 乾에서 끝나며, 南宋 이후의 書는 巽에 비롯하여 坤에서 마친다."고 한 것은, 이 삼절(三折)의 방법을 말한 것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팔괘의 방위로 호의 팔방을 지적하고, 그 起止의 방향이 비록 같지 않다 하여도 일필에 삼절(三折)을 함에 있어서는 한가지다.
포세신(包世臣)의 설(說)에 의하면, 후인이 글씨를 쓸 때 모두 仰筆하고 尖鋒하게 하니, 鋒의 尖한 곳이 巽이다. 붓을 치키면(仰) 획이 양에 있게 되며, 그 음은 부호(副毫)에 먹을 적실 뿐이어서, 획의 형태만을 이룰 뿐이니, 坤에 이르면 鋒이 그치게 되어 좋은 것은 겨우 일면이 될 뿐이다.
鋒이 尖한 곳인 巽은 筆鋒의 서북방을 가리킨다. 이처럼 필봉의 尖한 곳을 대게 되면, 상면의 삼분지일(三分之一)에 미칠뿐 획의 중간에는 미치지 못하니, 획의 하면(下面)에는 더욱 미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이것은 측봉(側鋒)으로 巽에 시작해서 坤에서 끝난다(始巽終坤).
중봉(中鋒)을 운용하려면 붓을 좌로 향해 조금 기울이듯 해서, 종이에 대는 즉시 역으로 하지 않으면 평포할 수 없으니, 하필(下筆)은 스스로 艮에 시작하여 乾에 그쳐야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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