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藏鋒)과 노봉(露鋒)
'장봉(藏鋒)'이란 원필(圓筆)의 경우처럼 봉(鋒)을 휩싸서 감추듯 기필(起筆)하여 필획이 개시되는 곳과, 결미(結尾)되는 곳에 봉(鋒)의 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장필(藏筆)의 방법으로서 기필에는 역봉(逆鋒)을, 수필에는 회봉(回鋒)을 쓴다. 이른 바 '역입도출(逆入倒出)'이 그것이다.
장봉 용필로 쓰는 점획이 함축적 감각을 주는 것은 봉망(鋒芒, 鋒의 끝)이 노출되지 않고, 점획 안에 모든 기력이 포장되어 있는(藏鋒以包其氣) 까닭이다.
'노봉(露鋒)'은 필법(筆法)에 있어서 장봉(藏鋒)과 반대 현상으로 지칭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옳다거나 그르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봉(中鋒)과 편봉(偏鋒)과의 관계와 같은 것은 아니다. 노봉(露鋒)은 서법의 점과 획에 항상 나타나는 것으로, 특히 점과 획 간의 호응이나, 혹은 행(行)과 관(款)간의 기승(起承)에 많이 운용(運用)된다. 그리고 노봉(露鋒)은 신정(神情)이 밖으로 나타나는 듯한 감각을 주며, 자(字)와 행(行)간의 좌호우응(左呼右應)과 승상계하(承上啓下)의 신태(神態, 露鋒以縱其神)를 보여준다.
노봉으로 쓴 글씨는 점과 획에 봉망(鋒芒)이 노출되고, 노출된 봉망(鋒芒)은 두 현상을 보인다. 곧 봉망(鋒芒)이 점과 획의 정중간(正中間)에서부터 나오는 것과, 점과 획의 한편으로 치우쳐서 나오는 것이 있다. 전자는 중봉(中鋒)인 경우여서 원경(圓勁)하며, 후자는 편봉(偏鋒)이어서 편약한 것이니, 전자가 좋은 것임은 당연하다. 원경(圓勁)한 노봉은 삐침, 파임, 꺾임등 획에서 삐칠 때 쓰이는 것으로, 반드시 중봉(中鋒)[鋒이 필획의 정중간(正中間)에 있도록 하는 것]이라야 하며, 노봉(露鋒)이 아무리 첨세(尖細)하더라도 편획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자면 물론 많은 연습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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