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팔법(永字八法)이란 무엇인가?
길 영 永자를 통해 한자의 기본 점획(點劃) 쓰는 법을 익히도록 만들어 놓은 운필(運筆)방법 여덟가지를 말하며, 이른바 서예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것이다. 영자팔법에 대하여 옛 사람들은 많은 언급을 하였으며 서예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몇 천년을 내려오면서 서법(書法)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고 많은 서체(書體)가 등장하고 거기에 따른 유파(流派)도 분분히 일어났지만, 오직 변하지 않고 이어진 것이 바로 이 영자팔법(永字八法)이다. 금경(禁經)에 이르길 "팔법(八法)의 근원은 예서(隸書)에서 출발하였으며 장지(張芝), 종요(種繇), 왕희지(王羲之)등이 이를 전수하여 많은 글씨에 응용하였으니 서예의 가장 요긴한 부분으로서 분명하게 알지 않으면 안된다. 수(隋)나라 스님이었던 지영(智永)은 그 취지를 밝혀 우세남(虞世南)에게 전수하였다. 이때부터 팔법은 널리 퍼지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이양빙(李陽氷)은 "옛날 왕희지가 글씨를 배울 때 15년 동안이나 영(永)자에 전력하여 팔법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모든 글자들을 통달할 수 있었다. 팔법이라고 하는 것은 영(永)자의 팔획을 가리키는 말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으로 본다면 영자팔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자팔법은 서예를 익히는 초학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서 해서(楷書)의 기초를 이루며, 필법(筆法)의 요지를 터득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영자팔법의 기본은 획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데, 비록 이론상으로 상세하게 알고 있다고 하여도, 실제 몸으로 이를 익히지 않는 한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초학자는 오로지 부단히 노력하여 체득(體得)하여야 만 할 것이다. 이 영자팔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측(側) : 기운점
기울어 있는 점을 측(側)이라고 한다. 붓끝(筆鋒)을 기울려 날카롭게 떨어뜨린 다음 붓털을 펴서 그어 나가다가 발을 디디는 형세를 취한 다음 붓을 거둔다. 측이라는 말은 점획을 가리키는 것으로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므로 측으로서 점획을 쓸 때에는 마치 반달형으로 기울어 진 머리를 나타내는 모양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점획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으므로, 모두를 측으로 처리하여서는 안 된다. 측은 수많은 점획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2. 늑(勒) : 가로그음
가로긋는 획을 늑(勒)이라고 한다. 붓을 역입(逆入)한 후 붓끝(筆鋒)을 지면(紙面)에 댄다. 그리고는 서서히 그어 나가다가 급하게 돌리되, 붓을 평평하게 해서는 안된다. 늑(勒)은 억(抑)과 느낌이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획을 거둘 때(收筆) 마치 벼랑에서 말을 말 안장으로 힘껏 누르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 일획은 이른바 일(一)자에 해당하는 것이며, 보기에는 원시적인 획이기 때문에 매우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이 단순함 속에는 매우 의미심장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획수가 적고 구성이 단순할수록 그 문자에 글씨를 쓰는 사람의 성격이 잘 나타나게 된다. 이 획은 글씨 가운데 그 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결구(結構)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늑획의 성공여부가 작품전체의 우열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3. 노(弩) : 내려그음
세로로 내려 긋는 획을 노(努)라고 하는데, 지나치게 곧거나 너무 빼어서도 안된다. 너무 곧으면 힘이 없게 되므로 곧은 중에도 굽은 형세를 취하여야 한다. 마치 활을 힘껏 당길 때의 형세(形勢)와 같다고 하여 칭하는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수(竪)획이다. 수획의 본질은 그 명칭으로도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수직(垂直)으로 내려 긋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데, 수직이라고 하여도 단순한 수직이 아니라, 수직의 위 아래 끝 부분에 마치 돌을 튕켜 낼만한 현(弦)이 매어져 있는 것처럼 집중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획을 처음 대거나(起筆)과 거두어 들일 때(收筆) 힘이 있어야 하며, 획의 중간 부분에는 탄력성이 주어져야 한다. 이 획이 특히 중요한 것은 붓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 획의 좋고 나쁨(佳掘)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체로 한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쓰는 종서(縱書)인 까닭에, 이 일획이 수직으로 되어 있지 않거나, 중심을 통하지 않거나 하면 글씨가 굽거나 흐느적거려 서체의 구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매우 중요한 획이라고 할 수 있다
4. 적(적) : 갈고리
갈고리를 긋는 획을 적(적)이라 하는데, 이 획을 쓸 때에는 붓 끝을 지면에 대어 머무르게 하고, 붓을 누른 다음 갑자기 튀게 하면 힘이 붓 끝에 집중된다. 이 적획은 공이 튀는 필세(筆勢)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공이 벽에 부딪혔을 때 반발력에 의해 튀어 나가듯이 이 획이 갖고 있는 내용은 그 힘의 변화와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늑(勒)획이나 노(弩)획에 있어서는 기필(起筆)에서 수필(收筆)에 이르기까지 운필(運筆)상에 시간적으로 극단적인 불연속성이 없으나 이 획은 도약이 주체인 만큼 오히려 극단적인 리듬감이 수반된다. 이 경우 모필(筆毛)의 성질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지며, 강모필(剛毛筆)은 이를 쓰는 사람의 기량에 따라 우열이 나타나게 된다. 이 획이 갖고 있는 중요한 의의는 내용에 있어서의 힘의 분배와 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5. 책(策) : 치침
위로 쳐다보는 왼쪽의 윗획을 책(策)이라 하며, 이 획을 쓸 때에는 힘을 들여 붓을
펴면, 획의 끝에 힘이 붙는다. 이 획은 채찍을 치는 필세(筆勢)를 가지고 있는데서 생긴 말인데, 보통 말에 채찍질을 할 때에는 옆으로 치기 시작하여 위를 향하게 된다. 이 획은 어느 만큼 늑(勒)획의 성질을 지닌 것이 사실이나 기필(起筆)과 송필(送筆), 수필(收筆)이 필세(筆勢)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 어느면에서 늑(勒)획의 변형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극단적으로 다른 점은 수필(收筆)이라고 할 수있는데, 붓을 거두어 들일 때(收筆)의 경묘(輕妙)함은 대단히 의미 깊은 바가 있어서 많은 연습을 통해서 비로소 그 진체(眞諦)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6. 약(掠) : 삐침
길게 왼쪽으로 삐친 획을 약(掠)이라고 하는데, 붓을 정성껏 일으키면 곧은 획이 나오게 된다. 처음 필봉이 출발할 때 약간 살찌게 하고 그 힘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만일 쭉 빼기만 하고 거두어 들이지 않는다면 가볍고 온화하지 않은 획이 되기가 쉽다. 이 획은 두발을 빗어 내리는 모양을 나타내는데서 비롯된 말인데, 머리를 빗을 때 먼저 빗을 머리 위에 넣고 나서, 머릿결을 따라 끝부분 까지 빗게 되는 모습과 비슷하며, 이 빗을 넣을 때의 방법과 필의가 매우 닮아있다. 즉, 이 획의 특징은 빗을 머리에서 떼는 순간, 마치 엉킨 털을 세게 풀기 위하여 빗에 순간적인 힘이 가해지는 것 처럼, 붓을 거둘 때(收筆)에 붓 끝(筆鋒)에 가해지는 힘이 순간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탁(啄)획과 흡사한 것 같으나 성질(性質)은 전혀 다르다
7. 탁(啄) : 쪼음
오른쪽에서 짧게 삐친 획을 탁(啄)이라고 하며, 이 획을 쓸 때에는 붓을 왼쪽부터 대어 일으킨 다음 빠르고 예리하게 긋는다. 획이 거칠면서도 뾰쪽해야 세력을 얻을 수 있다. 이 획은 새가 모이를 쪼을 때의 주둥이를 닮은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닭이 먹이를 쪼을 때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주둥이를 콕콕 재빨리 그러면서도 예민하게 움직인다. 이 획은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향해 긋는 것이어서, 책(策)획과는 대칭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으나, 운필은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획은 마치 측(側)획처럼 가벼운 운필(運筆)이 특징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지나치게 경묘(輕妙)해지는 나머지 조잡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8. 책(책) : 파임
이 획은 고기를 자르는 기분으로 붓을 이끈다는 뜻에서 부쳐진 것인데, 붓을 역입(逆入)하여 붓털을 펴서 서서히 진행시키다 끝에 와서 거두어 세우는데 함축의 뜻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느낌은 관념상으로는 매우 쉬운 것 같아도 실제 운필은 대단히 어렵다. 이 획의 특징은 한 획 속에 가는 부분과 굵은 부분이 두드러지게 함께 섞여 있다는 것이며, 또한 한 글자의 최종 획으로 사용되는 일이 대단히 많다. 그러한 까닭에 이 획은 글씨의 성패(成敗)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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